직장인은 60세 혹은 65세가 되면 정년이라는 제도 아래 회사생활에 작별을 고한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들에게는 다른 이야기겠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능력이나 일을 할 의욕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회사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리고 노동자는 그것을 당연하듯 군말 없이 받아들인다. 근래 들어서는 정년 후에도 촉탁이라는 신분으로 몇 년 동안은 일할 수 있는 기업도 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 나 그렇게 해도 일반적으로 직책은 없어지고 급여도 대폭으로 줄어들며 보너스도 받지 못한다. 즉, 기업에서는 연령을 고용 기준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어이없는 이야기이긴 하다. 아직 능력이 있고 회사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인데도 일정한 연령이 되면 하나같이 다 해고가 된다는 제도, 다시 말해 연령에 따른 차별 제도가 과연 합당한 제도라고 할 수 있을까?
-<043쪽 중에서>

나는 노년 세대를 전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다. 오랜 세월에 걸친 임상 경험에서 수많은 증거를 본 입장으로써, 뇌의 부위 중에 처음으로 노화하는 곳이 전두엽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되었다. 노화 때문에 뇌가 변화할 때는 기억력이 쇠퇴했다고 해서 해마가 가장 먼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전두엽이 더 빨리 위축된다는 점이 의외였다. 이 말인즉슨, 치매보다 감정이 훨씬 더 빨리 노화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체력이나 지력은 점점 떨어지지만, 경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감정이 더 빨리 쇠퇴한다는 사실도 알았다. 전두엽은 뇌의 부위 중에서도 가장 늦게 성숙하면서 가장 빨리 노화한다. 이르면 40대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그리고 해를 거듭하면서 의욕이나 창조력, 판단력 등이 감퇴하고 감정 억제가 힘들어진다. 그 진행 정도나 개인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겠지만, 감정이 노화하면 일반적으로 사소한 일에 신경질을 내거나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는 의욕이 감퇴하는 등의 변화가 생긴다. 의욕이 감퇴하면 타인이 있든 말든 혼잣말을 하거나 옷매무새를 신경 쓰지 않거나 쓰레기를 쌓아 두거나 방이 더러워도 내버려 두거나 요리를 한 후에 그릇을 그대로 싱크대에 두기도 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만사가 귀찮아지는 것이다.
-<072쪽 중에서>

노쇠란 말 그대로 생체가 늙어서 쇠퇴하는 현상이다. 구체적으로는 온몸의 세포나 조직 기능이 저하되고 대사, 면역, 회복이라는 높은 차원의 중추 기능이 쇠퇴하여 항상성 유지가 곤란해지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해서 죽음에 이르는 것을 노쇠사 또는 자연사라고 부르고, 우리는 그것을 흔히 ‘수명이 다했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노쇠사라는 개념 혹은 그 정의는 무척 불분명하고 막연하며 병명이라고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의료 진단에서 명확한 사인을 알 수 없는 고령자의 죽음은 모두 노쇠사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부를 해보면 모든 장기가 노화하여 기능 부전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노화에 따른 죽음의 원인은 여러 분류로 나뉘기 때문에 진단만 가지고는 하나만 짚을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아무튼 원래 노쇠사로 분류되는 죽음에는 진단을 해서 병명을 특정하지 못했더라도 실제로는 어떠한 사인이 분명 있을 것이다. 따라서 노쇠사란 ‘일반 진단으로는 병명을 특정하지 못한 고령자의 죽음’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095쪽 중에서>

무슨 말인가 하면, 그렇게 살면서 정말 행복했는지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엉덩이만 붙이고 있어도 몇 만 엔은 그냥 나가는 고급 클럽에서 예쁜 아가씨들에게 입 발린 소리를 들으니 신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이 없어지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갈 사람들이다. 딱히 자신에게 호감이 있어서 상대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냉정하게 생각하면 바로 알 것이다. 게다가 그런 장소에서 나눴던 대화도 참 공허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애인이라고 다를까? 돈으로 이어진 관계는 그저 허무할 뿐이다. 근사한 집이나 물건들도 평소에는 의식할 일이 없다. 비바람을 피해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집’에 필요한 본질적인 기능은 근사한 집이든 검소한 집이든 다를 게 없다. 물건이 확 줄어들었다면 불필요한 것들을 싹 정리해서 말끔해졌다고 시점을 바꿔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108쪽 중에서>

젊은 시절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 폭발이 점점 심해지면 짜증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되어 무슨 일에도 신경질을 내고, 나아가 지속되면 병적인 상태가 된다. 게다가 폭언을 내뱉거나 심할 때는 폭력을 휘두르기까지 한다. 소위 말하는 ‘폭주 노인’인데, 70대에 많이 보인다고 한다. 그리고 폭주 노인의 분노는 때때로 자신보다 약한 사람이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병원의 여성 간호사, 구청 직원 등에게 향하기 때문에 걷잡을 수 없는 미움받이가 되고 만다. 아무도 이런 노인이 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애당초 폭주 노인이 늘어난 이유에는 노인들을 둘러싼 사회 환경도 큰 몫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튼 전두엽의 기능 저하는 자연스러운 섭리라고는 하지만 나이가 들어 순식간에 일어나는 분노를 제어하기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아마 EQ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EQ란 미국의 심리학자 피터 샐로베이 교수와 존 메이어 교수가 제창한 개념인데 이를 심리학자인 다니엘 골먼이 넓혔고, 타임지가 IQ와 대비되는 감정의 지능 지수로써 소개하여 널리 퍼졌다.
-<126쪽 중에서>

정년이 되기 전에는 ‘일을 그만두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하면서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정년이 지나고 막상 회사에 갈 필요가 없어지는 생활에 들어가면 ‘지금까지 열심히 일했으니까 이제 좀 쉬어야지’ 하며 집에서 뒹굴며 지내는 사람 또한 많을 것이다. 이제야 스트레스 받던 나날들에서 해방되었으니 일주일 혹은 한 달 정도는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어 습관이 되면 정년 전에 계획했던 일도 점점 귀찮아진다. 이는 노년이 되면 살금살금 다가오는 ‘감정의 노화’라는 자연의 섭리이다. 이렇게 한껏 풀어진 생활이 이어지면 점점 생각할 의욕도 움직일 의욕도 무뎌진다. 그리고 이내 체내 리듬이 깨지기 시작한다. 인간에게 정해진 체내 리듬은 원래 낮에 활동하고 밤에 잠을 자는 것이다. 그 리듬이 혼돈에 빠지면 몸과 마음에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184쪽 중에서>

왜냐하면 이성에 대한 성적 욕망 자체는 나이가 들어도 좀처럼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노년이 되면 기질적으로는 발기력이 약해진다. 그리고 그 사실이 오랫동안 노인들에게 심리적 억압을 주어 섹스에 대한 의욕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1999년에 ED(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가 인가되면서 사정이 변했다. 비아그라는 몇 시간이기는 하지만 발기력을 회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약인데, 비뇨기과에 가면 누구든 간단한 문진을 받고 손에 넣을 수 있다.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었는데, 혈관 확장 작용이 심장 이상으로 음경에 잘 들어서 ED 치료제로 발매되었다는 경위가 있다. 게다가 비아그라의 효능은 ED 치료에서 그치지 않고 혈관 내피 기능을 높여 동맥경화 때문에 혈액 순환이 나빠진 혈관을 개선한다는 사실이 최근 들어 밝혀졌다. 요컨대 혈관을 젊게 만드는 효능이다. 혈관이 젊어지면 몸의 여러 기능도 개선된다. 하루에 한두 번 지속해서 복용하면 내당능이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아무튼 섹스는 남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강한 자극을 가져다준다. 따라서 항노화라는 측면에서 보면 노년이 되어도 의식적으로 성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부부 관계에 자극이 없어졌다면 가끔은 유흥업소에서 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주변에서는 불량 호색한 노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불량이면 어때, 괜한 오지랖 부리지 말고 내버려 둬, 나는 나대로 살 테니까’라며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어떨까.
-<194쪽 중에서>